정부, 편의시설 ‘바닥면적 기준’ 강행 vs 장애계 “역사적 범죄” · “손배소 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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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생활편의시설 공대위는 2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장애인 접근권 보장책임 망각한 대한민국 상대 항소 및 시행령 개악 강행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전장연 페이스북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생활편의시설 공대위는 2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장애인 접근권 보장책임 망각한 대한민국 상대 항소 및 시행령 개악 강행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전장연 페이스북
  • 편의시설 90평→15평 ‘국무회의 의결 초읽기’
  • 시행령 예외조항은 위법… 국가 책임은 기각
  • 장애계 “정부의 개정안 추진 중단 촉구”

[더인디고 조성민]

정부가 편의점 등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에 대해 바닥면적 기준만 바꾼 채 편의시설 설치 예외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자 장애계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는 편의시설 의무설치 면적 기준을 300제곱미터(약 90평) 이상에서 50제곱미터(약 15평) 이상으로 변경하는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국무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난 2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민사합의 30부)가 현행 예외 조항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자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그런데도 정부가 재검토는커녕 국무회의의 의결 프로세스를 밝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8개 단체가 연대한 ‘장애인의 생활편의시설 이용 및 접근권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생활편의시설 공대위)’는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행령 개정 강행 중단을 촉구했다.

또 정부가 위헌·위법적인 시행령 조항을 제정하고도 20년 넘도록 개정하지 않은 것은 불법행위라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항소하기로 했다.

23년간 시행령으로 ‘기본권 제한’과 ‘차별적 환경’ 제공, “국가책임항소 이유 충분”

앞서 재판부는 사실상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한 GS리테일에만 시정조치를 했다. 하지만 정작 장애인에 대한 차별해소 의무를 위반한 대한민국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시행령 예외조항이 무효이고, 또 차별적 조항을 23년 동안 개정하지 않았음에도 공무원 개인의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 국가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국가배상은 생명이나 신체, 재산의 중대하고 절박한 위험을 초래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한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이주언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법원이 1심 선고에서 국가가 시행령을 만들 때는 입법 목적인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듯이, 23년 동안 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장애인 기본권을 시행령으로 제한한 것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중대하고 절박한 위험이 꼭 있어야만 아주 예외적으로 손해배상을 인정하다 보니, 공무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면서, “장애인이 물 한 모금 스스로 사 먹지 못하는 배제의 환경만큼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 또 어디 있느냐”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한편 국가책임을 두고 항소심에서 법적 다툼을 하더라도 언제 국무회의에 상정될지 모르는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서도 강한 성토가 이어졌다.

바닥면적 기준 시행령 개정안 강행은 장애인 차별의 역사적 범죄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시행령 개정안은 ‘개악’”이라고 전제한 뒤 “현 정부가 의결을 강행한다면 ‘장애인 차별의 역사적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라며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김부겸 국무총리를 강하게 압박했다.

해당 개정안은 아직 법제처 심사 중이다. 하지만 박 대표는 지난 2월 18일 김부겸 총리와 간담회 때 장애계의 의견을 전달했음에도 확답을 피했다고 전했다. 결국 시간문제라는 의견이다.

보건복지부가 작년 6월 입법 예고한 내용만 보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기준이 크게 강화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50제곱미터 미만의 음식점, 편의점, 제과점, 이·미용실은 여전히 장애인에게 ‘출입금지 공간’으로 남는다.

나동환 장추련 변호사는 “바닥면적 기준을 얼마로 하든 장애인의 동등한 사회참여 및 접근권 보장할 수 없다면 그 자체로 위법이자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 침해”라면서 “개정안이 그대로 공포될 경우 시행일 기준으로 신축·개축·증축되는 50제곱미터 이상의 사업장에만 해당한다. 시행일 이전은 해당이 안 돼 사실상 피부로 체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 변호사는 이어 “국제사회에서 바닥면적을 기준으로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면서 “정부가 장애인 접근권의 책무를 다하고자 한다면 바닥면적 기준이 아닌 영세사업자가 편의시설 설치비용에 부담 갖지 않도록 행정,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당초 예상과 달리 GS리테일은 1심 판결을 수용하는 것으로 결정함에 따라 생활편의시설 공대위도 해당 판결에 대해서는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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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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