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중증장애인과 가족의 참사… 대책은 ‘내일’ 아닌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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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발달·중증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서울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30일 서울시의회 앞에 이들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소에는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며 삭발한 머리카락이 담긴 상자들도 함께 쌓여있다. ©더인디고
▲반복되는 발달·중증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서울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30일 서울시의회 앞에 이들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소에는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며 삭발한 머리카락이 담긴 상자들도 함께 쌓여있다. ©더인디고
  • “장애인의 ‘오늘’을 지켜내라”…한국장총 새 정부 대책 마련 촉구
  • 부모연대, 분향소 전국 설치… 49재 기간 집중 투쟁

[더인디고 조성민]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참사가 되풀이되자 우려와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도 발달장애인과 뇌병변장애인이 부모에 의해 살해되고, 부모들 또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참사가 잇따르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도 2일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5월 23일 서울 성동구에 사는 40대 여성은 발달장애가 있는 6살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또 같은 날 60대 어머니가 인천 연수구 동춘동 아파트에서 중증의 뇌병변장애인 30대 딸에게 다량의 수면제를 먹여 숨지게 한 사건도 발생했다.

앞서 지난 3월에도 하루 만에 경기도 수원과 시흥에서 두 발달장애인 자녀가 부모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두 가정 모두 한부모 가정이었고, 경제적 어려움에 돌봄 공백이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장총은 성명을 통해 “10년 전인 2012년 6월에도 중증 뇌병변장애인이 아버지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장애인과 그 가족은 10년 전 오늘이나 지금이나 세상을 등지는 일 이외 국가는 다른 선택지를 주지 않았다”며 “장애인의 ‘오늘’을 지켜낼 수 있는 국가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장애계는 오랫동안 장애인등급제 폐지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소득, 이동, 돌봄 등 지원체계 구축 등 존엄한 삶의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법과 정책들을 요구해왔다”면서 “하지만, 국가는 늘 ‘천천히, 단계적으로’ 응답하는 동안, 장애인 당사자들의 삶은 스러져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장총은 새로운 정부의 발달장애인 정책의 문제도 지적했다. 또 이달 말 종료되는 장애인활동지원 산정특례에 대해서도 정부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자 우려를 표했다.

윤석열 정부는 제47번 국정과제로 ‘장애인 맞춤형 통합지원을 통한 차별 없는 사회 실현’을 발표했다. 또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모델 평가 및 확대’를 세부과제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한국장총은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에 대한 시범사업 수행과 평가 및 정책 도입까지 돌봄 공백은 자명하다. 또 현 정부가 장애인활동지원 사각지대를 해소한다고 했지만, ‘지금’이 아닌 ‘나중에’를 내세우는 한 장애인 가족의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당장 위험에 처한 장애인과 가족이 ‘오늘’을 살아낼 수 있도록 지역사회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고, 반복되는 비극에 대한 집중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5월 31일 49재가 도래하는 7월 10일까지 고인을 추모하며 ‘집중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부모연대 회원마다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구축하라’고 적힌 홍보물을 들고 있다.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5월 31일 49재가 도래하는 7월 10일까지 고인을 추모하며 ‘집중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부모연대 회원마다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구축하라’고 적힌 홍보물을 들고 있다.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한편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는 지난 5월 23일 발생한 사건을 참사로 규정하고, 2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추모제를 지낸 데 이어, 4호선 삼각지역 1번 출구 근처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어 31일에는 49재가 도래하는 7월 10일까지 고인을 추모하며 ‘집중 투쟁 기간’을 갖겠다고 선포했다. 부모연대는 고인 사망한 후 초재부터 7일마다 7번씩 지내는 49재 의례에 따라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 ‘집중 투쟁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를 향해 ‘발달장애인 24시간 국가책임제’를 요구할 예정이다.

고인들을 위한 전국적인 추모도 이어지고 있다. 30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등은 서울시의회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서울시 발달·중증장애인권리쟁취 농성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분향소는 서울에 이어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경기, 전남, 경북, 경남, 세종, 충북 등 전국 각지에 설치돼 시민들과 추모 기간을 갖고 있다.

▶ 분향소 설치 현황

  • 서울: 삼각지역 1번 출구·서울시 의회 앞
  • 대구: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
  • 인천: 인천시청역
  • 광주: 전국장애인연부모연대 광주지부
  • 대전: 대전시청 앞
  • 울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울산지부
  • 경기: 중앙역(안산 단원구 중앙대로)
  • 전남: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남지부
  • 경북: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북지부·상주 왕산공원 앞
  • 경남: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남지부
  • 세종: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충북: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청주지회·제천지회·음성지회·보은지회·옥천지회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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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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