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재판서 김광호 서울청장 ‘악의적 차별’ 인정… 벌금 3천만원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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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주관으로 열린 김광호 서울경찰청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 처벌에 관한 국민참여 모의재판에서 조영선 변호사는 악의적 차별을 인정, 벌금 3천만원을 구형했다. 사진 왼쪽부터 장서연 변호사, 조영선 변호사, 김남희 변호사 ©더인디고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주관으로 열린 김광호 서울경찰청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 처벌에 관한 국민참여 모의재판에서 조영선 변호사는 악의적 차별을 인정, 벌금 3천만원을 구형했다. 사진 왼쪽부터 장서연 변호사, 조영선 변호사, 김남희 변호사 ©더인디고

  • 서울청 산하 경찰서 31곳 중 10곳 승강기 미설치
  • 과도한 부담? 경찰청 12조 예산의 고작 0.03% 수준
  • 장애인차별금지법 ‘악의적 차별’ 쟁점 부각
  • 재판장, 서울청장만의 책임 묻기 어려워 ‘벌금형’ 판결

[더인디고 조성민]

“피고인(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차별 사건 범행을 부인하고, 자신의 잘못도 뉘우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양형에 불리한 요소이다. 하지만 차별행위에 대한 책임 모두 피고인 김광호에게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점을 형에 참작해 벌금 3천만원에 처한다. 피고인은 오늘부터 7일 이내에 장애인차별철폐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겨냥해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 사법처리하겠다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 처벌에 관한 국민참여 모의재판’에서 재판장으로 나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조영선 변호사는 이같이 판결했다.

전장연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서울 지역 경찰청 소관 사무를 관장하고 소속 경찰기관을 지휘·감독하는 김광호 청장을 ‘장애인등편의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혐의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모의재판을 개최했다. 모의재판을 열어 경찰서 내 승강기 등 편의시설 미설치가 법률 위반인지 아닌지를 따져보자는 것.

이날 재판은 재판장 조영선 변호사를 비롯해, 검사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김남희 교수가, 피고인 측 변호인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장서연 변호사가 맡았다. 지난 24일까지 공개신청을 받아 배심원도 10명으로 구성했다. 다만 전장연의 출석요구 통지에도 김 청장이 응하지 않아 궐석재판으로 진행됐다.

▲29일 모의재판을 앞두고 사전 온라인으로 신청한 10명의 배심원 ©더인디고
▲29일 모의재판을 앞두고 사전 온라인으로 신청한 10명의 배심원 ©더인디고

서울 경찰서 32% 승강기 미설치용산등은 법 이전 건립

검사 김남희 변호사는 전장연 활동가들에게 기차교통방해와 집시법 위반 혐의로 출석요구를 한 3곳(혜화·용산·종로)의 경찰서는 층간 이동을 위한 승강기와 접근로 등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장애인등편의법 위반임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김 변호사는 또 증거물로 서울지역 경찰서 31곳 중 10곳(중부·종로·서대문·혜화·용산·성동·구로·서초·양천·은평)의 승강기와 용산경찰서의 진입로가 미설치 됐음도 제시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장애인 차별행위 관련 모의재판에서 검사를 맡은 김남희 변호사(사진 오른쪽)가 용산경찰서의 경사로와 관련된 사진을 증거로 제출하며, 증인(사진 왼쪽)에게 이를 확인하고 있다. ©더인디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장애인 차별행위 관련 모의재판에서 검사를 맡은 김남희 변호사(사진 오른쪽)가 용산경찰서의 경사로와 관련된 사진을 증거로 제출하며, 증인(사진 왼쪽)에게 이를 확인하고 있다. ©더인디고

반면 피고인 측 장서연 변호사는 공소장에 적시된 3곳의 경찰서는 장애인등편의법이 제정된 1998년 이전에 설립된 곳으로 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특히, 용산서는 1979년에 건립된 곳으로 신청사 건립을 앞둔 상황에서 부지확보에 상당한 비용 부담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1층에 임시조사실을 비롯해 접근이 가능한 남대문경찰서에서 조사 방안도 마련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증인으로 출석한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회장은 변호인의 신문에 대해 “비장애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데, 장애인한테만 그렇게(1층 및 타 경찰서 조사 등) 하는 것이 차별”이라며, “구체적으로 용산서는 경사로가 심해 혼자 1층 청사 안으로 이동할 수도 없다. 청사 안에 들어갔더라도 지금까지 1층에서 조사받아 본 경험에 비춰보면, 지문이나 증거물 확인, 심문조서 등 수사관이 관련 자료 등이 있는 자신의 자리를 왔다 갔다 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진술했다.

쟁점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악의적 차별여부와 책임 소재

모의재판의 쟁점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차별 여부, 특히 제49조 악의적 차별 행위(악의성 지속성 및 반복성 보복성 피해 내용 및 규모)와 그 책임이 김 청장에 있느냐이다.

변호인 측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3항에 따른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는 데다, 설사 차별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이 같은 악의적 차별행위가 없고, 있다면 검사 측이 입증하면 될 것, 그리고 책임 또한 서울경찰청이 아닌 편의시설 설치 의무 관리자인 용산서장과 행정안전부 장관에 있다”며, “피고인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장애인 차별행위 관련 모의재판에서 변호인 측 장서영 변호사(사진 왼쪽)가 경찰 측 증인(사진 오른쪽)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더인디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장애인 차별행위 관련 모의재판에서 변호인 측 장서영 변호사(사진 왼쪽)가 경찰 측 증인(사진 오른쪽)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더인디고

경찰 측 증인으로 나선 박경찰(가명) 씨도 “예산은 기획재정부가 확보할 일이다. 또 오래된 건물에 장애인들이 들어갈 수 없어 최대한 배려했는데, 차별이라고만 하며 역정을 내는 게 너무 힘들다. 이런 게 비장애인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피력했다.

하지만 검사 측은 승강기 설치 전문업체 견적을 제시하며 “외부 승강기 설치 비용은 4층 기준 4억원이다. 10개의 경찰서 모두에 설치해도 2021년 경찰청 예산인 11조 9651억원의 0.03%에 불과해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장애인등편의법에 해당하는 장애인 등 민원인과 변호인뿐 아니라 서울청 및 산하 약 14만명 중 의무고용률(3.%)에 따라 최소 700여 명의 장애인 직원이 있음을 고려하면,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다”며 “특히, 이 같은 일이 장애인등편의법 제정 이후 24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14년간 차별행위가 지속해 반복돼왔다는 점에서 명백하게 고의가 있고, ‘지구 끝까지’라는 피고인의 발언은 보복성까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모의재판에선 차별행위 반복·고의성 인정전장연은 31일 남대문서로!

재판장 조영선 변호사는 양측의 법리적 다툼과 채택된 증거조사와 증인신문, 그리고 배심원 전원 차별이라는 평결 등을 고려해 “경찰청의 예산과 실제 승강기에 필요한 예산 등을 감안할 때,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없다. 또 승강기 등을 설치하지 않아 사법·행정절차 등의 서비스 이용에 있어 다수의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만큼 고의성도 인정된다”면서도, “모든 책임을 피고인 김광호에게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에서 벌금 3천만원에 처한다”고 판결했다.

▲모의재판의 재판장을 맡은 조영선 변호사 판결을 내리고 있다. ©더인디고
▲모의재판의 재판장을 맡은 조영선 변호사가 판결을 내리고 있다. ©더인디고

이어 재판장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개념은 서로 보완적 개념”이라며. “장애인등 소수자의 권리는 다수결로서 논할 수 없는 존재 자체로서 존재할 이유가 있다. 소수자가 존중받는 사회가 다수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그런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장연 활동가들은 장애인권리예산 등을 요구하며 지하철 출퇴근 시위를 벌여 경찰 수사 대상이 됐다. 이에 전장연 활동가들은 지난달 14일, 19일, 25일 각각 혜화·용산·종로경찰서에 출석했지만, 건물 내 승강기가 없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했다. 그러자 해당 사건을 모두 병합해 승강기가 있는 남대문경찰서를 집중수사관서로 지정했다.

전장연은 오는 31일 오후 2시, 남대문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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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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