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장애인의 날… ‘차별로 가득한 대한민국’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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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2층 버스가 서울의 한 정류장을 지나고 있다. ⓒ더인디고
▲경기도 2층 버스가 서울의 한 정류장을 지나고 있다. ⓒ더인디고

  • 전국 곳곳서 ‘일상적 차별’ 봇물
  • 차별 진정에 소송까지 동원하지만 기대 한계, 왜?
  • 약자 복지? 장애인 모두가 경험하는 배제·거부 해결부터!

[더인디고 조성민]

마흔세 번째 장애인의 날, 다채로운 행사만큼이나 배제와 차별에 저항하는 목소리 역시 전국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코로나 엔데믹 등으로 장애인들의 활동 역시 늘어나는 추세지만, 이달만 들어서도 기본적인 일상생활 영역에서의 다툼에서부터 차별 진정과 소송 등이 줄을 이었다.

장애인의날 전날인 19일만 해도 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23~2028)’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장애인의 삶과 직결된 종합정책임에도 정작 발달장애 당사자들은 그 내용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 별도의 설명이 없는 한자어, 영어표현, 줄임말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피플퍼스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은 19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이 이해할 수 없는 장애인정책은 무책임하고 기만적이라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9일 140여 쪽의 전체 종합계획은 물론, 25쪽 분량으로 ‘알기쉬운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제작해 함께 공개했다. 하지만 개인예산제 등 용어 자체도 어려운 데다, 전체 내용을 축약해 분량을 줄였지만, 설명조차 없다 보니 오히려 이해가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림으로 표현한 부분 역시 마찬가지다.

▲문윤경 한국피플퍼스트 대표가 발달장애인이 이애하기 어려운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문윤경 한국피플퍼스트 대표가 발달장애인이 이애하기 어려운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발달장애인권리보장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자체는 발달장애인의 권리와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령과 각종 복지지원 등 중요한 정책정보를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작성해 배포하도록 했다. 하지만 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어디에도 관련 기준이나 보편적인 지침조차 없다 보니 들쑥날쑥한 민간에 맡겨지는 현실이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접근성도 문제지만, 대중교통 이용을 위한 편의시설 부족도 마찬가지다.

장애당사자와 장애인단체, 공익변호사그룹들은 ‘버스정류장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서울시, 경기도 등 9명의 지방자치단체장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장애인차별 구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들은 시각장애인 3명, 청각장애인 2명, 지체·뇌병변 장애인 3명 등 모두 8명이다.

장추련은 “버스 이용과 관련한 차별 사례를 검토한 결과 저상버스의 배차 대수 문제 이외에도 버스정류장의 설치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전제한 뒤, “버스정류장의 설치 시 장애인을 고려한 표준설계기준이 없다”면서, “그렇다고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기준이 있더라도 지자체가 이를 무시한 채 제각각 버스정류장을 설치하는 경우가 있다. 결국 장애인 이용을 불편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종종 버스를 이용한다는 시각장애인 곽남희 활동가는 “접근성이 좋아지긴 했지만, 점자블록이 파손돼 있거나 정류장에 음성안내기 자체가 없는 곳이 있다”며 “있더라도 소리가 너무 작아 버스가 설 때마다 기사님에게 몇 번 버스냐고 물어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곽남희 활동가가 시내버스 탑승 경험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곽남희 활동가가 시내버스 탑승 경험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해당 소송대리를 맡은 재단법인 동천 김윤진 변호사는 “저상버스가 도입되더라도 장애 특성을 고려한 편의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정류장이라면, 이 역시 비장애인과 동등한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이라며, “국가나 지자체가 이동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밖에 지난 15일엔 수원역에서 무궁화 열차를 이용하고자 했던 전동휠체어 사용 당사자가 입석 손님이 많다는 이유로 승차를 거부당한 일이 발생했다. 열차표를 예매했음에도 타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앞으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한 전동휠체어 사용자 역시 가족끼리 외식을 위해 음식점을 방문했지만, 다툼 끝에 돌아서야 했다. 업주는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장애를 이유로 배제, 분리를 유도하는 등 사실상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5조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결국 당사자는 음식점 사장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달 본지 더인디고에 제보가 들어온 일상적 차별 만해도 2건이다. 한 시각장애인은 헬스클럽에 다니고자 했지만, 보호자와 동반하지 않으면 이용이 어렵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한 휠체어 사용 당사자 역시 주변 식당 중 유일하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을 찾았지만, 식당 안이 비좁다는 이유로 주인으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호소할 곳도, 제재도 없는 ‘일상적 차별’...권리 구제 받으려면 소송해야
▲한 헬스장이 시각장애로 인해 시설 사용에 위험이 있다면서 시각장애(저시력)가 있는 장애당사자에게 계약해지를 요구하자, 당사자는 ‘장애 차별’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 제보자 제공 및 편집

장애인차별을 막고, 권리를 구제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도 15년째다.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은 확산했을지는 몰라도, 차별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은 해결 방안이 마뜩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차별행위자에 대한 과태료마저 없는 상황에서 인권위 차별 진정이 그나마 신뢰할 만한 해결 방안으로 생각됐다. 하지만 최소한 몇 개월 걸쳐 끌어낸 제재라곤 고작 차별행위자에 대한 권고뿐,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결국 손해배상이나 차별시정 청구 소송을 검토하지만, 이 역시 패소자부담주의로 인해 법원 문턱에서 망설여지는 이유다. 게다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 사정’ 등은 차별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최근 서울 모 김밥집에서 차별을 경험했다는 한 당사자는 더인디고에 제보한 글을 통해 “걸핏하면 약자 복지’ ‘두터운 지원이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실제 어떻게 지원하는지 당사자로서 잘 느껴지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폭력과 배제, 거부 등 만연한 차별을 끊어내겠다는 의지는 있는지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장애당사자들은 당장 진입조차 어려운 식당에서, 몇 번 버스인지를 꼭 확인해야 하는 정류장에서, 표를 끊고도 거부당하는 열차에서, 그리고 자신에게 중요한 정책이라고는 하지만 알 수 없는 내용으로 가득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현실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첫 장애인의 날, 장애인 모두에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궁금한 이유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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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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