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센터 법적 지위 논쟁, 전장연 컨테이너 농성장으로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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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한자연, 한자협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그동안 전장연을 압박해 왔던 경찰들이 이날은 이룸센터 앞에 설치된 전장연 콘테이너를 에워싸며 한자연 활동가들의 접근으로부터 보호하는 진풍경을 벌이기도 했다. ⓒ더인디고
▲19일 한자연, 한자협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그동안 전장연을 압박해 왔던 경찰들이 이날은 이룸센터 앞에 설치된 전장연 콘테이너를 에워싸며 한자연 활동가들의 접근으로부터 보호하는 진풍경을 벌이기도 했다. ⓒ더인디고

  • 한자연 농성장 확성기로 집회방해, 경찰비호·활동가 조롱
  • 복지부, 구청, 개발원 등 불법점유에 행정 대응 촉구
  • 전장연 권리보장법 등 권리입법 제정까지 철거 없다

[더인디고 조성민]

장애인자립생활센터(IL센터)의 법적 지위 논쟁이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 설치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컨테이너 농성장’으로도 옮겨붙었다.

전장연은 2021년 3월 16일부터 ‘장애인권리보장법’과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등을 목표로 이룸센터 입구 우측에 컨테이너 2개를 위아래로 설치하고 철야 농성과 집회 등을 이어 왔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한자연)는 22일 성명을 통해 “불법 컨테이너를 즉시 철거”하라며, 특히 최근 집회 도중 농성장을 둘러싼 채 접근을 막은 경찰을 향해선 “사설경호부대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한자연은 지난 19일 2시부터 자립생활 법적 지위를 위한 ‘장애인복지법 개정 촉구’ 궐기대회를 여의도 이룸센터 앞 의사당대로에서 진행한 바 있다. 같은 시간대 전장연 연대단체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자협)도 국회의사당역 지하 1층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한자연이 추진하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은 개악이라는 반대 의견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때 이룸센터 앞에 설치된 컨테이너 농성장에서도 확성기를 통해 전장연의 주장이 담긴 녹음 등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19일 본지 더인디고도 양 진영의 집회 현장을 오가며 취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진형식 한자연 회장은 “우리(한자연)는 사전 (집회) 신고도 했고,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도 준수하며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법 개정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고 장애인단체(전장연)가 바로 옆에서 확성기를 틀며 방해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특히, 묵념할 때만이라도 최소한 확성기를 끄는 예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탄했다.

이후 집회 마무리쯤 오후 4시경 한자연 소속 활동가들이 이룸센터 앞마당으로 향하며 “800일 넘게 불법·무단으로 설치된 불법 컨테이너를 철거하라”며, ‘불법건물 OUT’ 등이 적힌 스티커를 부착했다.

한자연은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특정 단체(전장연)가 침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다. 이런 가운데 “현장에 투입된 경찰들은 컨테이너 농성장을 둘러싼 채 접근을 가로막고, 스티커 부착 등을 제지했다”며, “불법 설치물을 두둔하는 경찰이 참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특히, “컨테이너 2층 위에 오른 전장연 일부 활동가들이 ‘경찰에 항의하는 자신들을 향해 동물원 구경하듯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마치 조롱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며, “재작년 LH 사태 당시 직원들이 국민을 향해 ‘꼬우면 이직하라’는 식으로 조롱하던 상황과 다르지 않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19일 이룸센터 앞마당에 설치된 전장연 컨테이너 농성장에 한자연 활동가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경찰들이 둘러싸고 있다. ⓒ한자연
▲19일 이룸센터 앞마당에 설치된 전장연 컨테이너 농성장에 한자연 활동가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경찰들이 둘러싸고, 컨테이너 위에는 전장연 활동가들이 일부 올라있다. ⓒ한자연

한편 전장연의 컨테이너 농성장 설치를 놓고 벌어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총련)와 한국교통장애인협회(한교장협)는 지난 2022년 4월 21일 “전장연이 불법 무단점거한 컨테이너 철거와 출퇴근을 볼모로 장애인들의 진정한 요구를 왜곡하는 계획된 정치 행위를 즉각 그만두라”며 “이룸센터 정화” 취지에서 ‘계영배(戒盈杯) 하우스’라는 맞불 컨테이너 농성장을 설치했다. 전장연이 설치한 지 1년여 만이다. 계영배는 술을 가득 채우면 넘치는 잔의 뜻으로, 장총련은 ‘장애인도 복지와 권리를 주장할 때 넘침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계영배 하우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설치 의도와 달리 양 진영이 쌓아 올린 장벽으로 인해 시각장애인 등 통행에 불편을 끼친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다, 비용 문제도 발생하면서 장총련은 설치 3개월 만인 7월에 철거했다.

전장연이 컨테이너를 설치한 지 만 2년이 넘었다. 그동안 영등포구청과 이룸센터에 입주한 장애인단체 대표자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로부터 자진 철거 통보 등을 여러 차례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논란 당시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과 탈시설지원법 등의 제정을 위해 설치한 만큼, 소기의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물러날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어, 앞으로도 큰 변화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자연은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놓고 한자협과의 갈등이 깊어지는 데다, 19일 집회 때 감정까지 더해지면서, “철거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당시 컨테이너 농성장 보호를 결정한 경찰 책임자를 문책할 것과 영등포구청, 보건복지부, 한국장애인개발원 등을 향해 “철거”와 “토지사용료 징수”, “관리비 무단 사용 등에 대한 행정 청구 하라”며 압박했다.

이어 “조롱기 있는 눈빛으로 내려다본 전장연 관계자는 즉시 공개 사과하라”고 촉구하면서, 전장연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또한 이번 사건이 장애인복지법과 개정안 추진과 맞물려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도 두고 볼 문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7월 IL센터 법적 지위에 대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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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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