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애인거주시설 정책, UN ‘직권조사’ 첫 사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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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포럼(KDF)과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등 19개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강민정·최혜영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한국의 장애인거주시설 정책에 대한 직권조사 신청을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한국정부는 UN CRPD를 위반하는 시설소규모화 중단’과 ‘탈시설 장애인의 참여를 보장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장혜영 의원실
한국장애포럼(KDF)과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등 19개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강민정·최혜영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한국의 장애인거주시설 정책에 대한 직권조사 신청을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한국정부는 UN CRPD를 위반하는 시설소규모화 중단’과 ‘탈시설 장애인의 참여를 보장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장혜영 의원실

  • 이달 중 UN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요청
  • UN 두 차례 권고에도 탈시설 권리 왜곡
  • 시설 고도화6차 종합계획으로 조직적 권리침해

[더인디고] 국내 장애계가 이달 안으로 UN 장애인권리위원회(UN 위원회)에 ‘장애인거주시설 정책’ 직권조사를 신청한다.

실제 신청서가 접수될 경우 지난해 12월, ‘UN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 이후 첫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장애포럼(KDF)과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등 19개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강민정·최혜영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장애인거주시설 정책에 대한 직권조사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신청서는 현재 마지막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UN 위원회의 최종견해탈시설 가이드라인제시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생활 권리를 구조적이고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앞서 UN 위원회는 2022년 9월, 한국 정부의 UN 장애인권리협약(협약) 이행 관련 제2·3차 병합 심의에 따른 최종견해를 통보했다. 최종견해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장애인을 강제적으로 시설화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할 것과 자유와 안전에 관한 권리를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회복하도록 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발표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도 협약에 맞게 재검토하도록 했다. 거주시설 환경에 머무르는 장애인을 위한 탈시설 전략 이행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기반 서비스의 가용성을 높이도록 주문했다.

UN 위원회는 ‘탈시설’이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논란이 되자, 이를 명확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제정, ‘시설수용을 종식하기 위한 당사국의 의무’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당사국은 모든 형태의 시설수용을 폐지하고, ▲시설 신규 입소를 금지해야 할 뿐 아니라 ▲시설에 대한 투자를 금해야 한다. 또한 ▲시설수용이 장애인의 보호 조치 혹은 선택으로 고려되어서도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한국장애포럼은 “국내 장애인정책은 탈시설권리를 왜곡하고 있는 데다, 시설개선과 소규모화 정책으로 전 생애에 걸친 시설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한 데 이어 “이번 직권조사를 통해 국내 협약 이행수준을 실질적으로 향상하고 한국 사회의 탈시설・탈원화 권리와 관련한 인권의식을 협약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끌어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장애포럼(KDF)과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등 19개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강민정·최혜영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한국의 장애인거주시설 정책에 대한 직권조사 신청을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장애와 발바닥 행동 페이스북
한국장애포럼(KDF)과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등 19개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강민정·최혜영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한국의 장애인거주시설 정책에 대한 직권조사 신청을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장애와 발바닥 행동 페이스북

사단법인 두루 한상원 변호사는 “지난 2014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친 UN 위원회의 효과적인 탈시설 관련 권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장애인 거주시설의 소규모화·고도화 등을 골자로 하는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수립했다”며 “이 같은 기조가 계속된다면 협약에 따른 탈시설과 자립적 생활은 요원하다”고 꼬집었다.

한 변호사는 이어 “권리침해 심각성, 급박성, 중대성 등이 대한민국 법률과 정책 등에 의해 조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근거로 직권조사 신청에 나섰다”면서, 최근 탈시설 관련 국내 정치권과 장애계 등을 겨냥해 “탈시설·탈원화가 더 이상 정치 쟁점화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기자회견이 열린 오늘(17일)이 제75주년 제헌절임을 상기시키며, “장애를 가진 시민들은 헌법이 부여한 인간의 존엄과 자유의 권리로부터 소외된 삶을 살고 있다”고 전제한 뒤, “지난 75년간 헌법정신은 장애인의 삶 앞에 멈춰있다”며, “한국 정부는 시설을 복지정책의 하나로써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탈시설 권리를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 그 주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UN의 직권조사는 단순히 대한민국 정부의 장애인 수용시설 유지 정책에 대한 조사를 넘어, 장애시민의 구조적 차별의 역사와 원인을 되짚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UN 위원회가 조속히 직권조사 신청을 받아들여 조사에 착수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이어 “윤석열 정부는 UN 직권조사 이후 적나라한 차별행정의 현실이 밝혀져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 전에, 이제라도 국제적 흐름에 맞추어 탈시설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특히 국회에 계류 중인 ‘탈시설지원법’과 ‘장애인권리보장법’에 대해 정부 차원의 찬성 의견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한편, 선택의정서는 지난해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준됨에 따라 올해 1월 14일부터 발효가 됐다. 당사국이 협약을 위반한 경우 ‘개인 진정’과 ‘직권조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 주요 특징이다. 직권조사는 당사국이 중대하거나 조직으로 협약을 위반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위원회가 해당국을 조사할 수 있다. 개인진정 역시 권리를 침해당한 장애 당사자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구제수단이라는 점에서 국내 장애계가 선택의정서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한국 거주시설정책에 대한 UN의 직권조사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인 의견도 있지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한국장애포럼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지난 2015년 7월부터 자립생활기금(Independent Living Fund)을 완전히 없앤다고 발표하자 UN 위원회에 진정된 바 있다. 헝가리 정부도 시설 소규모화 정책에 유럽연합기금을 사용하고, 소규모 그룹홈 신설 등 시설화를 확대하는 정책 시행한 것을 이유로 3년간 직권조사를 받았다. 특히 2017년 부다페스트 외곽에 위치한 복지시설 ‘토파즈(Tophaz)’에서 220명의 성인·아동장애인이 고문과 학대에 시달렸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언론을 통해 유럽 전역으로 알려지면서 직권조사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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