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정서 발효 첫 카드 ‘장애인거주시설, UN 직권조사’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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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정서 발효 첫 카드 ‘장애인거주시설정책, UN 직권조사’ 청구 추진!
▲한국장애포럼(KDF) 등 13개 시민사회단체와 정의당 장혜영, 강은미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최혜영 국회의원 등은 16일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UN 장애인권리협약(CRPD)을 위반하는 한국의 장애인거주시설 정책에 대한 직권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 KDF제공
  • CRPD 선택의정서, 이달 14일 효력 발생
  • 한국장애포럼 “한국 시설정책, 헝가리와 차이 없어”
  • ‘탈시설가이드라인’도 직권조사 가능성 높여
  • UN 장애인권리위원회 수용 여부는 지켜봐야!

[더인디고 조성민]

한국의 장애인거주시설 정책이 UN 장애인권리위원회(위원회)의 직권조사 대상이 될지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장애포럼(KDF) 등 13개 시민사회단체와 정의당 장혜영, 강은미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최혜영 국회의원 등은 16일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UN 장애인권리협약(CRPD)을 위반하는 한국의 장애인거주시설 정책에 대한 직권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RPD 선택의정서가 이달 14일부터 발효되면서 국내 장애계가 꺼낸 첫 대응 카드라는 것에 주목을 끈다.

대한민국 국회는 지난해 12월 8일 선택의정서 가입 동의안을 비준한 바 있다. 선택의정서는 CRPD 비준 당사국이 이를 위반한 경우 ‘개인진정’과 ‘직권조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 부속 문서이다. 지난 2008년 12월 CRPD 본 조항을 비준 후 14년 만에 선택의정서도 가입, 102번째 완전 비준국이 된 셈이다.

이에 KDF는 직권조사를 청구함으로써 한국의 장애인 시설수용 행태를 고발하고, CRPD 원칙에 입각한 탈시설 정책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관련해 국내에서는 ▲탈시설지원법 제정 ▲시설정책 폐지 ▲탈시설 자립생활 지원서비스 예산 확대 ▲시설화 예방 전략 등이 제시되고 있다.

KDF가 직권조사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직권조사는 개인진정과 달리 국내 권리 구제 절차 없이 국내법을 뛰어넘는 권고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피해 당사자가 아닌 관련 단체도 직권조사 청구가 가능하다는 것도 한 이유다.

UN 위원회가 KDF의 직권조사를 받아들이면, 조사 후 한국의 CRPD 위반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권고안을 마련하게 된다.

유사 사례도 있다. 지난 2020년 UN 위원회는 헝가리의 시설정책에 대해 3년간 직권조사한 후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위원회는 시설 수용을 중대한 권리침해라 지적하며 효과적인 탈시설 계획 수립을 권고한 바 있다.

헝가리는 30년 기간을 두고 탈시설 전략을 채택했지만, UN 1차 심의에서 그 기간이 너무 길고, 여전히 다양한 시설에 수용된 인원이 약 8만5000명(당시 기준)에 이르렀다. 특히 2017년 부다페스트 외곽에 위치한 복지시설 ‘토파즈(Tophaz)’에서 220명의 성인·아동장애인이 고문과 학대에 시달렸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언론을 통해 유럽 전역으로 알려지면서 직권조사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게다가 토파즈는 EU 구조투자기금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KDF는 “탈시설 예산의 약 130배를 장애인거주시설에 투여하는 한국은 헝가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한 방에 거주하는 인원과 입소기간 등 현 거주시설 정책은 CRPD를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2020년 실시된 장애인거주시설 전수조사에 따르면, 한 방에 거주하는 인원수는 4.7명(100인 이상 시설의 경우는 6.7명)이고, 평균 입소 기간은 18.9년에 달한다. 또한 개별서비스가 불가해 야간직원 1명이 지원하는 장애인 입소자수는 평균 13~15명이다.

또한 UN 위원회는 지난해 9월 발표한 ‘탈시설가이드라인’에서도 “시설 수용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관행이자 폭력”으로 규정하며, “CRPD에서 규정하는 법 앞의 평등, 안전, 고문, 학대, 건강 관련 조항 등을 위반한다”고 명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직권조사 청구의 명분에 더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선택의정서 제6조에 따르면 UN 위원회는 ‘CRPD에 규정된 권리가 당사국에 의해 심각하게 또는 조직적으로 침해된다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접수한 경우’ 직권조사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2021년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2041년까지 단계별 탈시설을 완성하되, 2024년까지 시범사업에 들어간 상태다. 거주시설에서의 심각한 인권침해가 연이어 발생하는 데다, UN 위원회도 탈시설 로드맵을 재검토할 것을 권고한 만큼 KDF의 주장이 무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 정부의 의견제출 등이 병행됨에 따라 UN위원회가 직권조사를 수용할지, 혹은 조사를 하더라도 ‘심각하고 조직적인 침해에 대한 입증 여부’는 또 다른 과제로 남는다.

한편 KDF 등 13개 시민단체는 “14년 만에 선택의정서 비준이 이루어진 만큼 CRPD가 장애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도록 국내 이행을 추동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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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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