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사건’ 뒤에 감춰진 ‘장애혐오’…장애학생들 갈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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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 사태’ 뒤에 감춰진 ‘장애혐오’...장애학생들 갈 곳이 없다
▲주호민 사태가 발생했던 A초등학교 비장애학생 학부모들이 비장애학생들이 장애학생들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특수학급 증설을 반대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 픽사베이 편집
  • 용인시 A초등학교, 특수학급 증설 무산시킨 비장애학생 부모들
  • 특수교육법 의무규정이 학부모 ‘합의’ 사항?… 납득할 수 없어
  •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통합교육의 혁신적 개선’은 어디에?
  • 재활협회, 제6차 특수교육계획에 담긴 ‘국가책임 특수교육’ 촉구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지난 13일 경향신문은 웹툰작가 주호민 씨의 자녀가 다니던 용인시 A초등학교에서 특수학급 증설이 추진되자 비장애학생 학부모들이 조직적으로 반대에 나서 무산시켰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는 주호민 자녀에 대한 학대 혐의로 특수교사가 직위해제되자 개선 방안으로 경기도교육청에 특수학급 증설을 제안했다는 것. 당시 A초등학교 특수학급에는 8명의 장애학생이 다니고 있어 현 특수교육법에서 규정한 6명을 초과한 상황이었다. 특수교육법은 “초등학교ㆍ중학교 과정의 경우, 특수교육대상자가 1인 이상 6인 이하인 경우 1학급을 설치하고, 6인을 초과하는 경우 2개 이상의 학급을 설치”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관련법 시행령을 통해 특수교육 담당 교사도 학생 4명마다 1명을 배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제6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개획에 포함된 특수교육기관 신증설 및 과밀학급 비율 ⓒ 제6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개획

장애학생 많아지면 비장애학생 피해를 입는다?

이에 경기도교육청도 법적 근거가 있는 만큼 특수학급 증설과 함께 특수교사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자 비장애학생 학부모들이 조직적인 반대에 나서 이를 무산시켰다는 것이다. 이들 학부모들은 “맞춤반(특수학급) 증설 시 근교의 맞춤반 아이들이 입학하거나 전학할 것”이라며 “법이라는 잣대의 피해자는 187명의 (비장애인) 학생들”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반을 두 개로 늘리면 정원이 12명으로 늘어 장애학생들이 많아진다는 것.

A초등학교 역시 특수학급 증설에 소극적이었다. 학교 교감은 “특수학급 증설은 장애인 부모뿐만 아니라 비장애인 학부모, 교사 등 학교 공동체가 모두 합의해야 이뤄질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결국 주호민 아들은 다른 학교로 전학하게 되었고, A초등학교에 다니는 장애학생은 7명으로 줄어 특수학급 증설도 없던 일이 되었다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특수학급 증설 문제는 학교 공동체 합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 규정이라고 장애계는 지적했다. 게다가 7명도 학급 증설과 특수교사 증원의 요건인 만큼 비장애학생 학부모들의 장애학생 배제 요구에 승복한 교육당국 스스로 법을 무시한 꼴이 된 셈이다. 또한 장애학생들로 인해 비장애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는 학부모들의 주장도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no××××)는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에 다니는 비장애학생들 누구도 특수교사들의 적절한 개입으로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자신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비장애학생들이 장애학생들을 신체적으로 혹은 정신적(장애학생 이름을 욕으로 씀)으로 괴롭히면서도 이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교육 환경에서 자랐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특수교육 논란에서 간과된 제6차 특수교육발전계획

학교 현장에서의 장애학생에 대한 부실한 지원체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육당국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진작에 파악하고 있었다.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현재 우리나라의 학령인구는 감수하고 있지만, 특수교육대상자는 103,695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장애유형은 지적장애(51.8%), 자폐성 장애(16.4%)를 가진 학생 비율이 높고, 발달지체(10.7%), 지체장애(9.3%)를 가진 학생 순이다. 또한 일반학교의 특수학급(55.9%)이나 일반학급(16.9%)에서 공부하는 비율이 77.8%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과밀학급은 8.7%나 되며, 특수교사 배치율은 83.4%다. 반면, 순회교사는 2018년 479명에서 2022년 1,627명으로 3배 넘게 늘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부는 제6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마련해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모두가 존중받는 국가책임 맞춤형 특수교육 실현’을 주요 비전으로 ‘특수학교(급) 다양화로 교육 선택권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A초등학교 사례처럼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법적 근거에 따른 학급 증설이나 특수교사 증원조차도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장애계 한 관계자는 “학교 현장에서 비장애학생 학부모들의 반대와 학교 당국의 미온적 대응에 교육당국이 이렇다 할 대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장애학생들에 대한 거부와 혐오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교육당국 스스로 계획한 제6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이라도 제대로 이행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제6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개획의 주요 골자인 ‘통합학급 중심 통합교육’ 계획 주요 내용 ⓒ 제6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개획

이와 관련해 한국장애인재활협회는 지난 11일 성명서를 통해 주호민 사태로 불거진 특수교육 시스템의 미비가 장애혐오로 확대되고 있는 현 상황에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관망적 태도로 대응하던 교육부가 장애부모와 아동, 교사 등 교육주체와의 논의 과정 없이 마련한 대응책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을 표한 재활협회는 통합교육 예산 확대, 인력 충원, 시스템 재구축 등 체계 전면 재정비를 통해 “모두가 존중받는 국가책임 맞춤형 특수교육 실현”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임기 초 일반학교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학습 및 심리·정서적 지원과 교원의 통합교육 역량 강화 등을 담은 ‘특수학급 중심 통합교육의 혁신적 개선’을 국정과제로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주호민 사태로 인해 통합교육 현장은 법적 의무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장애학생에 대한 ‘혐오’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들만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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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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