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노동대가 없어도 의식주 책임지면 무죄?”… 장애계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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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지적장애인 사찰노예사건 반인권적 대법원 판결 공동대책위원회’는 3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찰 내 장애인 학대사건에 면죄부를 준 대법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대법원판결 공동대책위원회
▲전국장애인부모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지적장애인 사찰노예사건 반인권적 대법원 판결 공동대책위원회’는 3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찰 내 장애인 학대사건에 면죄부를 준 대법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대법원판결 공동대책위원회

  • 대법원, 사찰 내 장애인 학대사건에 면죄부
  • 1·2심 사찰 주지에 유죄… 대법 무죄 취지 파기환송
  • 공대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대법원 최악의 판결

[더인디고] 서울의 한 사찰에서 발달장애인을 30년 넘게 노동력을 착취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사찰 노예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피고인 A(사찰 주지 스님) 씨에게 사실상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지적장애인 사찰노예사건 반인권적 대법원 판결 공동대책위원회: 이하. 공대위’는 3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찰 내 장애인 학대사건에 면죄부를 준 대법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1월 4일 대법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해당 사건을 2심 재판부인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낸 것. 다만 대법원은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는 상고 이유에 포함되지 않아 그대로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가해자 A씨가 2년여 동안 12회에 걸쳐 ‘일이 느리고 이해를 못 한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폭행한 것은 명백한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비장애인도 똑같이 돈을 받지 않고 노동했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장애인 차별을 당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구체적으로 “B씨에게 미지급 급여액이 약 1억3000만 원인 반면, A씨가 B씨를 위해 30여 년간 부담한 의식주, 의료비, 보험료, 여행비, 성지순례비, 피해자 명의로 매수한 부동산 가액까지 더하면 미지급 급여액을 훨씬 초과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금전적 착취가 존재하는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판단했다.

앞서 1, 2심은 A씨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등을 인정, 징역형을 선고했다. 특히 2심은 중노동에도 급여를 전혀 지급하지 않은 점을 인정,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악의적인 차별행위라고 판결한 바 있다.

공대위에 따르면 B씨는 1985년부터 30여 년간 해당 사찰에서 고된 노동뿐 아니라 A씨 등으로부터 거친 언사와 폭행 피해를 보았다. A씨는 불교의 수행인 ‘울력’의 일환이라며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B씨는 장애인단체의 도움으로 2017년 12월 경 사찰을 탈출, 2018년 2월부터 고발을 진행한 바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공대위는 “피해자가 30여 년 동안 당한 학대 사실을 모두 부정했다”고 전제한 뒤, “피해자가 폭행당한 사실을 ‘일상적인 수준’으로 축소했다”며 “당사자 동의 없이 주지 스님이 명의 도용한 사실을 법원이 모두 인지하고서도, 가해자의 행위를 오히려 장애인차별금지법 취지와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은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해야 할 법원의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한결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대법원이 내린 최악의 판결”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대법원이 가해자의 서면만 읽고는 말도 안 되는 결론을 내렸다”며, “대법원의 판례는 사실상 구속력이 발생하는데 이번 판결은 한 사건에 대한 단순한 오판을 넘어 장애인들이 오랜 투쟁으로 얻어낸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든 결정”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임 변호사는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행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비장애인과 비교’하라는 말은 법 처음부터 끝까지 존재하지 않고 장애인 차별과 관련된 차별구제조치나 손해배상, 국가인권위원회 차별판단 모두 이 요건을 들지 않는다”며 “대법원이 어떠한 근거도 없이 해석을 내렸다”고 규탄했다.

▲사찰 내 장애인학대사건 관련 대법원 판결이 미흡했다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문석영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대법원판결 공동대책위원회
▲사찰 내 장애인학대사건 관련 대법원 판결이 미흡했다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문석영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대법원판결 공동대책위원회

문석영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는 “절에서 먹여 주고 재워주는 것이 당사자가 일한 만큼의 월급과 같을 수 있냐”며 “다른 곳에서 일을 하고 정당한 월급을 받았다면 먹고 자는 비용뿐 아니라 더 많은 돈을 모아 스스로 자립해서 살아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장애인의 노동을 그저 의미 없는 일, 도와주는 일로 치부하지 않고 더 이상 장애인의 보편적인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 인권전문가 역시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적장애인이 사찰에서 수행자로 지낸 것이 아니라 노동자로 살았기에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법원은 지적장애인의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은 걸림돌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남 신안 염전주들이 ‘가족과 정부도 돌보지 않은 장애인을 일자리도 주고 주거와 식사도 해결해주고, 용돈도 챙겨줬다’고 항변하면 이를 인정해주는 것과 별반 다름없다”며 “또한 부동산을 장애인 명의로 구입한 행위 역시 장애인을 이용해 재산을 빼돌리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대목”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공대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법리를 잘못 해석·적용한 점에 대해 파기환송심에서 적극적으로 다투겠다”며 “앞으로 장애인 학대사건이 가진 특수성을 법원에서 경각심을 갖고 판단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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