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결격사유 조항 폐지’,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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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사회복지사협회와 공동으로, 사회복지사 결격사유에 정신질환자를 포함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지난 22일 열렸다./유튜브 화면 캡처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사회복지사협회와 공동으로, 사회복지사 결격사유에 정신질환자를 포함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지난 22일 열렸다./유튜브 화면 캡처
  • 국제적 이념과 국내법에도 위배
  • 결격제도의 본질은 배제와 차별
  • 이정하 대표, “정신장애인 회복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일”

[더인디고=이호정 기자] 정신장애인들은 ‘정신장애인은 사회복지사가 될 수 없다’는 사회복지사업법을 ‘덜 아픈 내가 더 아픈 당사자를 돕고 싶은 꿈과 희망을 앗아간 법’이라고 말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2일 한국사회복지사협회와 공동으로, 정신장애인 사회복지사 자격제한제도 폐지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2018년 4월 ‘사회복지사업법’ 제11조2 제5호 사회복지사 결격사유 조항에 ‘정신건강복지법 제3조 제1호 따른 정신질환자’가 포함되었고, ‘다만 전문의가 사회복지사로 적합하다고 인정한 사람은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이 시행되면서 정신장애인이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 제한되어 왔다.

이에 대해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강상경 교수는 ‘사회복지법상 정신장애인 사회적 배제로서의 사회복지사 자격제한제도의 문제점과 개선책’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강 교수는 사회복지사 자격을 제한한 사회복지법이 타당한지를 이념적・법적 타당성과 정신건강 최근 동향・당사자 인권 및 당사자주의・법 기능의 적합성 측면에서 문제를 짚었다.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강상경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강상경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유튜브 화면 캡처

강 교수에 따르면 사회복지사업법 결격사유 조항은 ‘정신장애를 근거로 한 차별이 있어서 안 된다’는 근본적 자유와 기본권 등 정신장애인 보호와 정신보건의료 향상을 위한 UN 원칙(MI 원칙)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 CRPD) 등의 이념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정신건강복지법에도 정면으로 어긋나고, 헌법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국내법과 상충하므로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강 교수는 “정신건강 모델은 1995년 이전에는 치료 중심의 의료모델에서 점차 복지와 인권 모델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 정신건강서비스 동향도 당사자 회복과 실현 욕구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당사자에 의한 지원이 가장 이상적이고 당사자주의에 부합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격제한 법 조항으로 국민들이 정신장애 스티그마(낙인, 오명 등)를 형성하게 되고 스티그마로 배제와 차별,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스티그마를 재생산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련하여 2019년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고용률은 11.6%, 장애인 평균 고용률 34.9%의 3분의 1도 안 된다.

강 교수는 “이미 현장에서 다수의 당사자가 동료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다”며 “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실증적・경험적 근거가 부재하기 때문에 이 조항의 삭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안으로 “필요한 경우,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등의 예외적 자격제한 규정을 마련하되 구제 절차 등을 동시에 마련할 것”을 제언했다.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 교수는 “노예제, 신분제, 호주제 등 결격의 역사에서처럼 결격은 강자가 만들어내는 사회 심리적 메커니즘으로, 결격 제도는 치열한 경쟁의식을 불러일으키며 본질은 배제와 차별이다”면서 “우리나라에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400여 개의 결격조항이 있다”고 비판했다.

제 교수는 “장애인은 오랜 기간 결격자로 취급되었고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사회환경, 사회제도가 장애인이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할 통로를 막아 왔다”면서 “장애인권리협약에서의 장애는 ‘장기간의 신체적, 정신적, 감각적 손상이 있고 이를 고려하지 않는 사회환경, 사회제도의 장벽으로 인해 다른 사람과 평등한 기반에서 사회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이 사회복지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할 역량이 없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개별적으로 판단되는 것이지 범주별로 판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제 교수는 정신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한되는 현실도 문제이지만, 사회에 만연된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과 낙인에서 이러한 규정이 받아들여지고 사실에 우려를 나타냈다.

덧붙여 “장애인이 질환으로 업무수행 능력이 없다면 치료를 받게 하거나, 휴직 권고할 수 있다. 그리고 질환으로 업무수행을 할 수 없으면 그때 해고하면 된다”면서 “사회복지사업법 제11조2 제5호는 단순 삭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 개정과 관련된 문제도 지적됐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신용규 부회장은 “2018년 4월 25일 정신장애인 사회복지사 자격취득 관련 결격사유 조항 신설이 시행되자마자 인권위에서 5월 8일 ‘사회복지사 자격제한 추가한 법령 폐지’를 권고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법 개정 이전 자격을 취득한 정신장애인 사회복지사가 업무수행상 문제를 일으킨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면서 “이것은 ‘안경 쓴 사람은 교통사고를 많이 낼 것이다’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말했다.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이정하 대표는 “정신질환이 심해지거나 악화되면 학업도 일도 할 수 없다. 자격시험을 통과하고, 실습까지 해서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면 그만큼 회복되고 일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면서 “정신장애인의 회복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일(job)이며, 정신장애 당사자들은 동료로서 이해도가 높아 비장애인 사회복지사와 당사자의 연결고리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복지사업법 개정과 관련해 태화샘솟는집 문용훈 관장은 “정신질환과 업무 사이의 연관성이나 수행 가능성을 고려하여 예외적인 조항(상대적 소극적 방향)으로 제한하는 방향을 고려하는 것과 함께 정신장애인들에게 소명 절차와 이의신청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인디고 THE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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