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이유로 장애인 경제적 착취 면책하는 친족상도례, “기본권 침해”

814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14일 오후 2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여야 국회의원 및 법률대리인단 등과 함께 ‘장애인 경제적 착취, 친족상도례 적용 여전히 타당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 사진 =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14일 오후 2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여야 국회의원 및 법률대리인단 등과 함께 ‘장애인 경제적 착취, 친족상도례 적용 여전히 타당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 사진 =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 친족상도례, “현대 사회 반영 못하는 구시대적 유물”
  • 헌법상 재판절차진술권, 재산권,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 침해

지적장애인 피해자 A씨는 지난 2014년 부친 사망으로 친족(숙부모)과 동거하다 이들에게서 상속 재산 등 본인 소유의 재산 2억 4천여만 원을 빼앗기고 1억 원 상당의 빚을 지게 된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해당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의 지원을 받아 가해자인 친족을 고소했지만, 검찰은 가해자들이 ‘동거친족’이라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했다. 68년간 이어온 ‘친족상도례’ 적용 때문이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중앙권익옹호기관)은 14일 오후 2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여야 국회의원 및 법률 대리인단과 함께 ‘장애인 경제적 착취, 친족상도례 적용 여전히 타당한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앙권익옹호기관은 위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자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 변호사 이현우 법률사무소,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법무법인(유한) 동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재단법인 동천과 함께 대리인단을 구성, 지난해 친족상도례 규정(형법 제328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형법 제328조 제1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에 대해서는 형을 면제하도록 하고 있다. 가족 간의 문제는 문지방을 넘지 말라는 고대 로마법의 정신이 1953년 국내 형법 제정에도 영향을 끼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 결과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형이 면제되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검사는 기계적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 사실상 공소가 제기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빠른 산업화와 가족 형태의 다변화에 따른 현실을 반영하지 못함에 따라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2019년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에 의하면 장애인 학대 중 경제적 착취는 전체의 26.1%로 신체적 학대(33%) 다음으로 많이 발생했으며, 가해자는 가족 및 친인척이 19.2%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황용현 변호사는 “친족상도례 규정은 헌법상 보장되는 청구인의 ▲재판절차진술권(제27조 제5항) ▲재산권(제23조 제1항) ▲평등권(제11조 제1항) ▲행복추구권(제10조 전문) 등 기본권 침해와 특히, 친족 재산범죄의 피해자가 형사사법절차에서 영원히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가 장애인인 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외면한 위헌적인 규정이자 장애인을 포함하여 국가와 법률로써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동거친족 등으로 인한 위법상태가 영원히 방치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장애여성공감의 유진아 활동가는 ‘보호받아야 할 권리는 가정의 평온이 아닌 개별 시민’임을 강조하며, 특히 장애인의 일상이 타인에 의해 보호받고 통제당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우리 사회의 구조를 꼬집었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 또한 친족상도례는 발달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을 부인하는 제도이며, 가해자를 면책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중앙권익옹호기관의 이정민 변호사는 실제 친족상도례가 문제가 되었던 사례를 소개하면서 경제적 착취의 피해자 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지적장애인의 경우 민사적 해결이 요원하다는 점을 언급했고, 이어 중앙치매센터의 김기정 변호사는 치매공공후견사업을 소개하면서 친족상도례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례는 장애인 뿐 아니라 노인에게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사회적 약자가 국가의 지원과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의 개선을 촉구했다.

마지막 토론을 맡은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차성안 교수는 헌법소원심판 청구의 적법요건 및 위헌성 논증에 관해 상세한 논리를 제시함으로써, 현재 진행되고 있는 헌법소원청구의 법리적 논거를 보강할 것으로 기대됐다.

▲토론회에 앞서 중아인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비롯한 김성주, 최혜영, 김민석, 이종성 의원 등 여야 의원과 법률대리인단, 발표 및 토론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토론회에 앞서 중아인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비롯한 김성주, 최혜영, 김민석, 이종성 의원 등 여야 의원과 법률대리인단, 발표 및 토론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중앙권익옹호기관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가족·친족의 경제적 착취 사건에 있어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며 “헌법재판소 또한 보다 전향적인 태도로 사회의 변화와 피해자의 기본권 침해에 대해 검토하여 친족상도례 규정의 위헌성을 판단하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장애인 경제적 착취가 면책되는 일을 멈추어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지난 3월, 장애인 대상 재산 범죄에 대해 형법상의 ‘친족상도례’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본지 3월 9일자 기사 ‘친족에 의한 장애인 수급비 횡령 등 재산 범죄, 처벌 추진‘ 참조

[더인디고 THEINDIGO]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