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쟁점 양대 법안, 국회 법안소위 문턱서 또 좌절… 무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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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관 전경 ⓒ더인디고
▲국회 본관 ⓒ더인디고

  • 장애인권리보장법·탈시설지원법 21대 국회 통과 불투명
  • 두 차례 법안소위와 공청회까지 열었지만 원점 재검토
  • 복지부조차 文 정부 국정과제 대응 ‘미흡’ 지적
  • 장애계, 입법 투쟁 수위 높이나

[더인디고 조성민]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제정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장애인권리보장법’과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양대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작년 11월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 보건복지부(복지부)가 3건의 장애인권리보장법안(더불어민주당 김민석·최혜영 의원안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안)을 조정해 통합안을 제안하기로 했지만, 각 법안이 그대로 테이블에 올랐다.
장애인탈시설지원법안 역시 복지부가 장애인단체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이유 등을 들어 적극적으로 진전시키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시간을 두고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는 일부 의원들의 주장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오후 1시 30부터 열린 법안심사소위를 앞두고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는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의 권리와 지역사회 완전한 자립을 위한 장애인권리보장법 및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26일 오후 1시 30부터 열린 법안심사소위를 앞두고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는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의 권리와 지역사회 완전한 자립을 위한 장애인권리보장법 및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한편 26일 오후 1시 30부터 열린 법안심사소위를 앞두고 오전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이하 한자연)가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오후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회원과 활동가들이 5호선 광화문역에서 여의도 이룸센터까지 지하철과 거리행진 등을 펼쳤다. 이들 모두 양대법안이 법안심사소위는 물론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길 촉구한 터라 앞으로 법 제정을 놓고 강도 높은 투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회원과 활동가들이 5호선 광화문역에서 여의도 이룸센터까지 지하철과 거리행진 등을 펼치며, 4월 임시국회에서 양대 법안을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전장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회원과 활동가들이 5호선 광화문역에서 여의도 이룸센터까지 지하철과 거리행진 등을 펼치며, 4월 임시국회에서 양대 법안을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전장연

특히 전장연은 양대법안과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및 특수교육법 개정 등을 ‘4대 권리입법’으로 규정하고 지하철 투쟁 등을 전개해왔지만,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교육위는 열리지도 않았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은 장애계의 오랜 요구인 데다 문재인 정부에선 국정과제다. 하지만 복지부는 문 정부 임기 종반시점인 지난해에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결국 작년 10월에 이르러서야 김민석 의원이 정부안을 중심으로 대표 발의를 한 상태다. 이어 세 법안은 11월 24일 법안심사소위에서 한 차례 다뤘지만, 제정법안의 특성상 공청회 개최를 이유로 지금까지 미뤄졌다.

시기는 늦었지만 보건복지위는 이달 7일 탈시설지원법과 함께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좁히는 듯했다. 당시 공청회를 들여다보면 권리보장법안은 국가장애인위원회나 단체소송, 장애인지예산 등 몇 가지 쟁점은 있지만, 정부안인 김민석 의원안 중심으로 일부 조정될 것으로 기대됐다. 당일에도 공청회장 안팎으로 첨예하게 맞붙은 탈시설지원법 또한 탈시설 기간(10년)이나 시설 존폐 등을 놓고 진전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장애인권리보장법과 탈시설지원법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공청회에 참석한 진술인. 사진 왼쪽부터 김기룡 교수, 김신애 위원장, 김현아 회장, 박대성 공익신고자. /사진=최혜영 의원 SNS
▲장애인권리보장법과 탈시설지원법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공청회에 참석한 진술인. 사진 왼쪽부터 김기룡 교수, 김신애 위원장, 김현아 회장, 박대성 공익신고자. /사진=최혜영 의원 SNS

물론 전장연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일부 장애인단체들은 법제정 자체가 목적이 아닌 만큼 김민석 의원이 발의한 권리보장법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또 탈시설지원법은 전장연 중심의 원안 고수와 전국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부모회 등의 원천 반대로 인해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클 것으로 예상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탈시설로드맵의 안정적 이행이나 각 지자체의 조례제정을 위해서라도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복지부도 인정했다. 당시 공청회에서 최혜영 의원의 이 같은 질문에 대해 염민섭 장애인정책국장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회의에 배석한 한 관계자는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미 작년에 법안심사소위와 이후 공청회까지 거쳤다. 그런데 이제와서 복지부는 ‘각 부처는 물론 장애인단체 간의 입장도 다르고 내용도 광범위해 통합안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또는 국가장애인위원회)의 성격과 소속, 단체소송의 구성요건과 성격, 장애인지예산의 경우 각 부처의 동의 등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탈시설지원법에 대해서도 “복지부는 단체들의 찬반 의견이 나뉘는 만큼 시범사업(2022~2024)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들을 검토해 이후 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냈다”며 “특히, 법안 발의가 1년 반이 넘었는데도 ‘권리보장법에 탈시설 근거를 둘 것인지, 아니면 개별법으로 만들 것인지 의원들이 방향을 정해달라’고 한 것을 보면, 이번 국회 내 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또한 “의원들 사이에서도 전문성 있는 의원 중심의 소소위 혹은 TF를 만들어 논의하거나 좀 더 장기적으로 시간을 갖고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자는 의견 등이 분분했다. 반면, 탈시설지원법안을 대표 발의한 최혜영 의원은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동안 법안 내용도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은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사진=최혜영 의원 SNS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사진=최혜영 의원 SNS

결국 양대 법안은 복지부가 이른 시일 내 방향 등을 정리해 여야 간사단에 보고하면 일부 의원들이 소소위 등을 구성해 집중 논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황백남 한자연 대표는 전화 통화에서 “앞으로 국회와 정부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특히, 국정과제조차 제대로 추진하지 않은 것은 복지부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5월 10일을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 평가와 함께 새 정부와 후반기 국회에서 좌초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최근 이룸센터 입구에서 벌어지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의 컨테이너 설치를 겨냥한 듯 “작년 3월부터 컨테이너까지 설치하며 4대 권리입법에 집중했는데, 아무래도 윤석열 정부 5년 이내 철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장애인권리보장법은 현행 장애인복지법이 장애인 복지 관련 기본 시책이나 복지 지원 및 서비스 등 장애인 정책과 관련한 전반적인 사항들을 망라하고는 있지만,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등 국제적 수준의 흐름을 반영한 장애인 정책의 기본이념과 방향 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련됐다. 또한, 장애인복지법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의 하나인 장애등급제가 지난 2019년 부분 폐지되면서 이후 장애인의 욕구를 반영한 장애인 정책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권리보장법안 제정과 장애인복지법 전부개정안이 각각 3명의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최혜영 의원이 2020년 12월 10일 대표발의한 장애인탈시설지원법안은 장애인이 독립된 주체로서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또 장애인이 거주하는 시설의 인권침해 실태를 적극적으로 조사해 인권침해가 발생한 시설과 그 운영법인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궁극적으로는 향후 10년 내에 모든 장애인거주시설을 폐쇄하기 위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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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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