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내쫓긴 장애시민 ‘차별’ 아니라는 인권위…장애계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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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내쫓긴 장애시민 ‘차별’ 아니라는 인권위...장애계 ‘발끈’
▲국가인권위원회가 식당에서 내쫓긴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시민의 차별진정을 기각했다. ⓒ 더인디고 편집
  • 지난 4월 식당에서 내쫓겨 차별진정하자 인권위 기각
  • 전동휠체어로 카트 통로 이동 어렵고…기각 전례 있어
  • 인권위, 인적 지원 ‘강요’…장애계, ‘정당한 편의’ 뭉개는 결정
  • 진정인 등 장애계…인권위 식당 입장만 고려한 결정 비판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식당에서 쫓겨난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시민의 차별진정을 기각하자 장애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지난 4월 한 식당에서 입장을 거부당하자 인권위에 차별진정했던 진정인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방문했다가 전동휠체어를 탔다는 이유로 내쫓겼는데도 장애로 인한 차별이 아니라는 인권위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이번 인권위의 기각 결정은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했던 당시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식당의 입장만을 고려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차별진정인이 인권위로부터 전해 받은 ‘진정사건 처리결과통지’를 살펴보면 내쫓은 식당의 입장만을 반영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인권위는 기각 사유로 전국 지점이 카트를 이용해야 하는데 식당 공간이 협소해 전동휠체어가 통로 이동이 어려운 점만을 적시하고 있다. 또한 인권위는 식당 측이 “카트가 지나다니지 않는 안쪽 좌석을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한 점”을 기각 사유로 내세웠는데, 이럴 경우 차별진정인은 함께 방문했던 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없다는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카트를 이용하는 대신 직접 들고 운반하는 것을 ‘강요’하는 것은 피진정인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지울 수 있다”고 적시해 정당한 편의를 ‘강요’로 인식하는 등 장애가 있는 시민들에 대한 낮은 인권감수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 정의한 정당한 편의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한 편의시설·설비·도구·서비스 등 인적·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장애인인권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장애계 한 관계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인디고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관계자는 “인권위의 기각 사유를 몇 번이고 검토해봐도 당최 납득할 수가 없다”면서 특히, “카트 외에 인적 지원을 ‘강요’로 해석하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 규정한 ‘정당한 편의제공’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고 황당해했다. 그러면서 “휠체어를 타고 이동한다는 이유만으로 식당 등 영업점포에서 내쫓겨도 차별이 아니라면 대체 어떤 상황이 장애로 인한 차별이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국장도 이번 기각 건에 대해 “당연히 차별권고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인권위가 차별시정기구로서 법과 원칙의 문제를 다루는 법원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권적 측면을 고려한 폭넓은 판단을 기대해왔고 또 사안별 그런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인권위는 너무 보수적 판단만 내리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잦아지고 있는 일상적 차별로 장애가 있는 시민들의 일상은 점점 위축되고 상황임에도 인권위는 차별시정기구로서의 역할 대신에 오히려 차별을 행한 가해자 입장만을 두둔하는 듯한 기각 사유로 ‘장애인 차별’을 기각결정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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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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