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1분 발언, 지하철 출근 시위 “일단 멈춤… 유력 대선후보 응답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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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전장연 ‘출근길 지하철탑니다’ 행동 현장에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참여해, 장애인 권리보장 예산을 거듭 약속했다. 이날 전장연은 3월 2일 대선 TV토론까지 다른 세 후보의 약속을 기다리며 지하철 시위를 잠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전장연 페이스북 캡처
▲23일 전장연 ‘출근길 지하철탑니다’ 행동 현장에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참여해, 장애인 권리보장 예산을 거듭 약속했다. 이날 전장연은 3월 2일 대선 TV토론까지 다른 세 후보의 약속을 기다리며 지하철 시위를 잠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전장연 페이스북 캡처
  • 전장연 “출근길 시위, 3월 2일까지 한시 중단”
  • 심상정 후보의 1분 발언… 전격 수용
  • 작년 12월 3일부터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투쟁
  •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후보 약속해야 진짜 멈출 것”
  • 서울교통공사 “손배소, 평화시위 약속하면 검토”

[더인디고 조성민]

“장애인들이 매일 아침 이동권 예산을 촉구하면서 지하철에서 시위하고 있다. 아침에 지하철로 출근하는 시민도 많은 불편함을 호소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한 책임은 시위하는 장애인에 있는게 아니라 세계 10위 선진국임에도 장애인 이동권조차 보장 못 하는 정치권에 있다. 대선 후보로서 매우 죄송하며, 이동권 예산 확보뿐만 아니라 장애인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는 장애인 선진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이제는 시위를 거두시고, 이번 대선에서 장애인 선진국을 만드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성원하겠다.”

심상정 대선 후보의 ‘금쪽같은 1분 발언’이, 21일째 이어져 온 장애인들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멈춰 세웠다.

심상정 정의당 제20대 대선 후보는 지난 21일 법정토론 마지막 1분 발언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권리예산 편성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언급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행동의 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

심 후보는 오늘(23일) 오전 지하철 4호선 서울역에서 지하철 출근 시위 현장에도 방문해 장애인 이동권과 이를 담보할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을 다시 한 번 약속하며, 서명까지 했다.

▲23일 전장연 ‘출근길 지하철탑니다’ 행동 현장에 참석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심 후보는 지난 21일 TV토론회 1분발언 이후, 장애인들과 만나 다시금 장애인권리예산 확보를 약속하며 피켓에 서명까지 했다. /사진=전장연
▲23일 전장연 ‘출근길 지하철탑니다’ 행동 현장에 참석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심 후보는 지난 21일 TV토론회 1분발언 이후, 장애인들과 만나 다시금 장애인권리예산 확보를 약속하며 피켓에 서명까지 했다. /사진=전장연

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전장연)이 사전에 준비한 피켓에는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일하면서 지역사회 함께 살아갈 권리를 정치가 책임지고 기획재정부를 통해 예산으로 해결하겠습니다. 정의당 대통령 후보 심상정(2022년 2월 23일)’이라고 적혔다.

전장연은 이에 설 연휴 다음 날인 2월 3일부터 21일 동안 진행된 지하철 시위를 “일단 멈추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오는 3월 2일, 법정 마지막인 ‘사회 분야 TV대선토론’ 때까지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후보가 ‘장애인이동권 등 장애인의 권리를 기획재정부의 예산을 통해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밝히지 않으면 출근길 지하철 타기 행동은 재개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박경석 이사장이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일하면서 지역사회 함께 살아갈 권리를 정치가 책임지고 기획재정부를 통해 예산으로 해결하겠습니다. 정의당 대통령 후보 심상정(2022년 2월 23일)’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장연
▲박경석 이사장이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일하면서 지역사회 함께 살아갈 권리를 정치가 책임지고 기획재정부를 통해 예산으로 해결하겠습니다. 정의당 대통령 후보 심상정(2022년 2월 23일)’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장연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모든 국민이 보는 앞에서, 그것도 마지막 귀중한 1분 발언에 장애인 이동권을 언급한 것에 대해 너무 힘이 됐다. 그 힘이 권리로서 보장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이사장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행동은 21일째이지만, 사실상 21년간 싸워왔다”면서, “그 사이 2005년 교통약자증진법이 제정되고 ‘이동권’이 명시됐다. 하지만 16년 동안 그 기본적인 권리조차 휴짓조각이 되어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 이사장은 “2004년 이명박 서울시장이 모든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서울시도 (2015년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 2022년까지 엘리베이터 100% 설치를 약속했지만, 2024년까지 미뤘다. 게다가 저상버스 100% 도입을 약속했지만, 우리는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안다”며, “이는 중앙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기획재정부가 예산으로 틀어쥐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를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후보가 잘 이해한다면 분명 찬성할 것”이라며, “21년 외쳤던 주장을 21일 만에 잠시 멈추겠지만, 약속이 없다면 행동은 재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사진=전장연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사진=전장연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도 심 후보의 ‘1분 발언’에 대해 “정말 아까운 TV토론 시간에 장애인 이동권을 언급한 심 후보가 정말 고맙다. 눈물이 나려고 한다”며 “더 이상 장애인이 아침마다 욕먹지 않고 장애인도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의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각 대선 후보를 향해 호소했다.

심 후보도 “저의 1분 발언에 감사하다고 말씀하셨지만, 죄송하고 부끄럽다. 장애인 당사자뿐 아니라 아침 지하철 타는 시민들, 그리고 지하철 노동자 모두 고생 많으셨다”며 “이 모든 책임은 21년간 외면한 대한민국 정치와 정부의 책임이다”고 강조했다. 또 심 후보는 “비장애인 교통은 광역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장애인 이동권은 시·군·구 경계에 머물러 있다”면서, “지하철, 저상버스 문제뿐 아니라 지자체마다 특별교통수단 이용 예산과 시간, 운영 등이 서로 다른 것을 이제는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통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장애인 활동가들은 다시 혜화역에서 열리는 아침 선전전에 합류해 ‘출근길 지하철탑니다’ 행동을 일단 멈추자며 다른 활동가들의 지지를 끌어냈다.

한편, 전장연은 지난해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에 이동권 투쟁 선포로 지하철 출근 시간 시위를 이어 왔다. 이들은 지하철을 천천히 타며 내리는 식으로 여야 대선 후보들을 향해 △교통약자증진법 개정, △장애인평생교육법,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등을 촉구해 왔다.

12월 6일부터는 매일 아침 8시, 혜화역 승강장에서 ‘지하철 출근 선전전’도 함께 진행함으로써, 작년 연말 교통약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성과를 끌어 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을 하지 않는 한 이동권 보장은 해결되지 않는다며 기획재정부 장관 집 앞 시위뿐 아니라 설 연휴 이후부터 매일 지하철 노선을 번갈아 가며 각 대선 후보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전장연은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 시행령 개정을 통해 특별교통수단 운영비를 서울은 50%, 지방은 70%를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보조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특별교통수단 운영비는 ‘국고 지원 제외 사업’으로 분류돼 있다.

전장연은 이동권 투쟁 과정에서 서울교통공사로부터 3100만원의 손해배상소송과 시민들과의 갈등도 감수해야 했다. 욕설과 비방은 물론 한 시민은 장애인 활동가들을 법적으로 처리하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을 올리는가 하면, 전장연 홈페이지를 마비시키기도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석호 서울지하철공사 영업본부장은 심 후보의 손해배상금 철회 요청에 “(전장연 등이) 평화적인 시위를 하겠다는 확약서만 제출하면 서울시와 협의해서 최대한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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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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