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장애인 국정과제, “공약 되풀이… 향후 5년 잘 안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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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철수 위원장이 3일 오전 11시 인수위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새 정부의 국정 비전과 국민께 드리는 20개의 약속, 110대 국정과제 및 521개 실천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인수위 홈페이지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철수 위원장이 3일 오전 11시 인수위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새 정부의 국정 비전과 국민께 드리는 20개의 약속, 110대 국정과제 및 521개 실천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인수위 홈페이지

  • 인수위, 110대 국정과제… 자기결정권 등 복지체감도 향상 기대
  • 장애인은 14개 실천과제·35개 세부과제로 압축
  • “기본권 확대 미흡, 인프라 중심 여전… 6차 종합계획 관건”
  • 지하철 시위에 삭발·단식했지만 “허탈”… 험난한 시간 예고

[더인디고 조성민]

윤석열 정부 국정 수행 5년의 근간인 장애인 국정과제가 공개됐지만, 새로운 것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당선자가 후보 시절 내세운 ‘8대 장애인 공약’에 이어 인수위가 지난 4월 19일 장애인의날을 하루 앞두고 발표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5년 뒤 장애인의 삶이 무엇이 달라지는지 혹은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과 이를 뒷받침할 실천과제가 미흡하다는 평가다.

전달체계의 획기적 변화를 예고한 ‘개인예산제 도입은 구체적인 방향성이 제시되지 않아 윤석열 정부 5년 내내 시범사업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3일 오전 11시 인수위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새 정부의 국정 비전을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로 정하고, 국민께 드리는 20개의 약속과 110대 국정과제, 521개 실천과제를 공개했다.
인수위가 지난 3월 18일 출범한 이후 47일 만에 내놓은 과제다.

▲안철수 위원장이 국정과제 수립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안철수 위원장이 국정과제 수립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인수위 검토 과정에서 일부 추가 또는 구체화… 8대 국정과제·14개 실천과제·35개 세부과제에 담아

인수위가 공개한 110대 국정과제 중 장애인 정책은 ‘장애인 맞춤형 통합지원을 통한 차별 없는 사회 실현’으로 47번째 과제다. 수요자 맞춤형 통합지원으로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과 권익을 증진하겠다는 목표다.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인수위는 장애인 5년의 삶을 이 47번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모두 ‘8대 국정과제’에 걸쳐 ‘14개 실천과제’ 그리고 ‘35개의 세부과제’에 담았다.

우선 윤 당선자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복지서비스 칸막이를 제거해 당사자 선택권을 보장하는 개인예산제 도입을 첫 번째 실천과제로 내세웠다.

발달장애인정책으로는 ▲발달장애인 거점병원과 행동발달증진센터 확충 ▲장애 조기발견 개입을 위한 서비스체계 구축 ▲발달재활서비스 지원과 어린이 재활의료 인프라 확대 등 기존 공약에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모델 평가를 통한 확대는 새롭게 포함됐다.

인수위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에 대해서도 ▲제도적 사각지대 해소 ▲공급자 처우개선 ▲전문인력양성 기반 구축 등 구체적 과제를 제시하며 서비스의 고도화 또는 정교화를 약속했다.

소득·고용 정책 또한 그동안 ▲4차 산업과 공공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애특성·유형을 감안한 적합직무모델 개발 및 맞춤형 디지털 센터 확충 중심에서 ▲직업재활·일자리 지원·장애인연금을 통한 소득 및 사회참여 지원 등을 강화했다.

의료·건강 정책 분야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활성화 ▲방문재활서비스 추진 ▲장애인구강진료센터 확충 등 장애인 건강권 보장 강화 등 대선 공약 내용을 그대로 포함했다.

특히, 주거·편의정책에 ▲시설거주 장애인 등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주택 및 주거서비스 지원을 포함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또 ▲장애인 편의시설 확대 및 BF 인증제 운영 강화도 실천과제에 담았다.

최근 이슈인 이동권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변화 없이 ▲편리한 택시 이용을 위한 원스톱통합예약서비스 체계 구축 ▲교통이용 여건이 어려운 비도시 지역의 장애인 콜택시 법정대수 상향 ▲비휠체어 장애인 바우처 택시 확대 ▲’23년부터 시내버스 대폐차시 저상버스 의무 교체 ▲흴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도입 확대 등을 내세웠다.

인수위는 그 밖에도 110개 국정과제 중 장애인 관련 실천과제를 곳곳에 설계했다.

구체적으로는 ▲고령자·장애인을 위한 안전·편의시설이 설치된 주택 공급(10번) ▲장애인도서관 조성(56번) ▲장애예술활성화 정책(장애예술인 전용 공연장·전시장 조성, 국공립 공연·전시장의 장애예술인 공연·전시 활성화, 장애예술인 창작물 우선 구매 및 국제 교류 활성화 지원, 장애유형별 맞춤형 문화예술 공모사업 지원, 장애학생 대상 특화된 문화예술교육 지원)은 57번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또 ▲미디어접근권(한국수어방송 5%에서 7%로 확대, 장애인방송 품질평가제 도입, 재난방송의 수어제공 의무 확대 접근성 강화)은 59번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사회통합형 체육 환경 구축(60번) ▲모두를 위한 여행(이동취약계층을 위한 관광환경 개선, 관광체험 지원 등)은 61번에 ▲교육사각지대해소(장애학생 등 대상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는 84번 국정과제에 담았다.

▲인수위는 3일 오전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사진 우)에게 110대 국정과제를 보고하고 관련 이미지'를 전달했다. 인수위는 임기 5년 동안 국민과 약속을 대체 불가능하게 지켜달라는 의미를 담아 국정과제 이미지를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화했다./사진=유튜브 캡처
▲인수위는 3일 오전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사진 우)에게 110대 국정과제를 보고하고 관련 이미지’를 전달했다. 인수위는 임기 5년 동안 국민과 약속을 대체 불가능하게 지켜달라는 의미를 담아 국정과제 이미지를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화했다./사진=유튜브 캡처

자립생활·복지체감도 기대 vs 내 삶이 달라진다? 새로운 방향 없이 정책 나열 수준

윤 당선자의 대선 공약과 비교해 볼 때 국정과제를 통해 구체화하거나 공약에 없었던 내용 등을 보완한 노력은 분명 엿보인다.

인수위도 “장애인 당사자의 선택권과 자기결정권 강화를 통해 복지체감도 향상과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자립생활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이날 당선인에게 보고한 국정과제는 새 정부 출범 후 각 부처에서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로 확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애인단체에서 정책 등을 총괄하는 관계자들은 대체로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려와 회의적 반응을 나타냈다.

우선 공약에 이어 국정과제도 장애인 당사자 지원보다는 인프라 확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인수위가 ‘소득·고용’과 관련해 장애인 연금을 통한 소득 지원 등을 새롭게 밝혔지만, 대상과 금액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활동지원서비스 또한 공급자 중심의 개선에 치중했지, 정작 사각지대 해소, 예를 들면 서비스 대상이나 급여량 등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진철 사무처장은 “공약에 없었던 최중증 장애인 24시간 돌봄 모델 확대를 포함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문제는 광주시에서 실시 중인 24시간 돌봄 모델인데다 그나마 2024년 시범사업 평가 후 도입하겠다는 점, 또한 단순히 돌봄만의 문제가 아닌 주택 및 주거서비스 지원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5년간 무엇을 할 것인지 잘 보이질 않는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권재현 사무차장은 “개인예산제를 빼고는 관련 부처나 국회 차원에서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 혹은 기존 정책의 연장선상에 불과한 과제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정작 장애인 권리보장을 어떻게 강화할지, 논란의 중심에 있는 탈시설은 어떤 방향으로 가져갈지 등 국정과제다운 큰 그림이 보이질 않는다”고 평가했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은종군 관장도 “전체적으로 기본적 권리 확대에 대한 정책이 부족해 보인다”고 전제한 뒤, “특히 산불 등 화재와 코로나19에 따른 자연적· 사회적 재난에 대한 종합 안전대책뿐 아니라 만연한 차별과 권리침해에 대한 정책이나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김광훈 팀장은 “지난 대선에서 청년들이 화두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와 교육, 취·창업에서의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청(소)년 당사자와 장애가정 내 비장애 청(소)년을 위한 대책이나 생애주기별 접근이 미흡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 의견수렴 했다 vs 새 정부 마이웨이정권보다 긴 투쟁 예고

인수위는 공약을 중심으로 현장과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정과제를 수립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들 관계자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장애계는 지난 대선에서 단체 중심 혹은 캠프에 직접 참여하며 장애인 정책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 왔다. 대선 이후 인수위 기간에도 주요 단체들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끊임없이 장애인 정책 요구안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들은 막상 국정과제가 공개되자 “어떤 의견을 반영했는지 의아하다”면서도 “윤석열 정부의 장애인정책 로드맵인 ‘제6차 장애인종합계획(2023~2027)’만큼은 꼭 장애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수립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등 556명은 지난 4월 19일 윤석열 정부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국정과제에 포함할 것’을 촉구하며 삭발을 감행했다. ©더인디고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등 556명은 지난 4월 19일 윤석열 정부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국정과제에 포함할 것’을 촉구하며 삭발을 감행했다. ©더인디고

한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작년 12월부터 이동권과 장애인권리예산과 4대 권리입법(장애인 탈시설지원법·권리보장법·평생교육법 제정 및 특수교육법 개정) 등을 요구하며 지하철 시위를 전개해오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역사회 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며 지난 4월 19일 556명의 삭발식에 이어 14일째 단식농성 중이다.

이들 단체는 2일 열린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인사청문회와 3일 국정과제 발표 등을 지켜보며 향후 대응 방향을 정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로 정권보다 긴 투쟁을 예고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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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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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국진
1 year ago

내가 그렇게 될 줄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