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정책진단: 마이너스] ① 우리를 분노케 한 뉴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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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침대에 누워있고 의료인력이 그 옆에서 체크를 하고 있다(사진=픽사베이).
▲환자가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침대에 누워있고 의료인력이 그 옆에서 체크를 하고 있다(사진=픽사베이).

#2021년을 마무리하며

코로나19 창궐 2년째인 2021년 장애계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로 다사다난했다.

코로나19에 확진된 중증장애인이 대책 없이 방치되는가 하면, 정치인들의 장애혐오 발언이 여야를 막론하고 감염병처럼 쏟아져 모든 이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또 한 국립대학에서는 성적을 조작해 장애인을 불합격시키고, 장애인보호시설에서 음식을 억지로 먹여 죽게 하거나 소위 인권단체가 운영하는 기관에서 장애인을 학대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그런가 하면, UN CRPD 선택의정서가 국회 비준 동의만 남겨둔 상태이며, 요건 완화로 시정명령제도의 실효성이 강화되기도 했다.

더인디고는 이와 같이 반복되는 코로나19와 불평등 문제, 정치·사법·교육 등 국가기관에 내재된 오랜 장애인 차별적 인식과 편견, 그리고 장애인을 학대하고 배제하는 곳이 다름 아닌 그들로 인해 존재하는 사회복지현장임을 기사를 통해 드러내고 고발해왔다.

그렇다고 매사가 분노와 답답함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현장의 욕구를 반영한 소통과 제도적 변화 등이 장애인의 삶에 여러 모양으로 자리를 잡아가거나 또 기대를 불어 넣기도 했다.

더인디고 편집진은 지난 한 해 장애계에서 일어났던 이슈를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로 분류하고, 이를 기사 중심으로 종합해 되새기는 걸로 2021년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세상은 호수처럼 흐르지 않고 잠잠히 엎드려 있는 듯하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끊임 없이 변주를 한다. 하지만 세상의 변주는 항상 진보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뒷걸음질치거나 제자리걸음으로 종종대기도 한다. 그럼에도 더인디고는 2022년 그 느린 걸음에 채찍을 가하고 등을 떠미는 위치에서 독자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

[더인디고 편집진 일동]


■ 코로나19에 무너진 장애인의 일상

2021년은 연초부터 코로나19 기승으로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청도 대남병원에서 촉발되었던 집단감염 사태를 정부는 코호트 격리로 대응했고, 이후 이 같은 기조가 장애인시설에까지 이어졌고 이에 대해 장애계는 반발했다. ‘걸핏하면 코호트 격리와 외출·외박·면회금지로 대응했던 집단시설의 코로나 대응에 대구도 긴급탈시설 촉구(https://theindigo.co.kr/archives/15184 1월 6일)’에 나섰다.

시설로 돌아갈 수 없다! 코호트 격리 당장 멈처라! 구호가 적힌 피켓/ⓒ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설로 돌아갈 수 없다! 코호트 격리 당장 멈처라! 구호가 적힌 피켓/ⓒ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그럼에도 결국 ‘코로나 긴급돌봄과 의료 또 총체적 난국’ 상황은 이어졌고 급기야 확진된 ‘최중증 근육장애인이 장애인 전담병원에 입원하지 못한 채 5일째 방치(https://theindigo.co.kr/archives/22961 8월 5일)’되는 사태가 또 벌어졌다. 보건복지부는 매뉴얼을 개정하고 장애인 전용 병상을 마련하는 등 부산을 떨었지만, 12월에는 부산의 모 병원이 운영하는 인공신장센터에서 혈액투석을 받는 신장장애인과 의료진 등 30여 명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다. 이 중 ‘신장장애인 3명은 투석치료 못 해 끝내 사망(https://theindigo.co.kr/archives/27602 12월 29일)’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이에 대한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 ‘공정’은 장애인에게는 역린이 아니었다

이런 와중에 진주교대에서 중증장애를 이유로 입시 성적을 조작해 불합격 시킨 사건이 터졌다.
‘진주교대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성적을 조작해 ‘교육에서의 차별을 통해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막은 것(https://theindigo.co.kr/archives/18855 4월 14일)’이다. 장애인 당사자이기도 한 ‘국민의힘 김예지 국회의원은 진주교대 장애인 학생 성적조작 사건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https://theindigo.co.kr/archives/19274 4월 26일)’했지만, 이후에 장애계는 진주교대가 ‘장애’를 이유로 성적조작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사실을 추가 적발했다. 그 기간이 무려 ‘15년이고 이를 수수방관한 교육부가 책임져야!(https://theindigo.co.kr/archives/22925 8월 4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성토했다.

▲4월 14일 오전 10시 강민정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6개 단체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중증장애인 입시성적을 조작한 진주교대와 이를 방관한 교육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더인디고
▲4월 14일 오전 10시 강민정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6개 단체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중증장애인 입시성적을 조작한 진주교대와 이를 방관한 교육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더인디고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이 표창장을 위조해 상급학교에 진학했다는 혐의로 온 나라가 ‘공정’을 외치고 검찰이 총동원되어 수사를 진행하는 등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웬일인지 ‘역린을 건드린 국립 진주교대 장애학생 성적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도, 장애계도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직접 나서라(https://theindigo.co.kr/archives/23112 8월 9일)’는 일부 장애계의 촉구는 헛된 메아리가 되고 말았다.

이후 진주교대는 교육부 감사를 통해 ‘장애 이유로 한 성적조작이 사실로 드러나자 정원 10% 모집정지(https://theindigo.co.kr/archives/23451 8월 19일)’가 이뤄졌다. ‘진주교대는 입학성적 조작 사건은 조직 내 만연한 장애인 차별임을 인정하고 두 차례 사과(https://theindigo.co.kr/archives/24471 9월 24일)’를 했지만, 정작 그 책임을 져야만 하는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사과를 거부했다. 그러자 ‘부산교대로 자리를 옮긴 장애인 성적조작 혐의자를 경징계로 마무리해 사실상 면죄부(https://theindigo.co.kr/archives/24659 9월 29일)’를 줬다.

이 나라에서 ‘공정’이란,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갖춰야 할 잣대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저 실무자의 실수쯤으로 치부되었던 사건이어서 씁쓸한 뒷맛만을 남겼다.

장애인 차별은 과도한 부담과 현저히 곤란한 사정에 의해 뭉개진다

지난 8월 19일 소위 ‘지하철 단차소송’이라 불리며 장애계의 이슈였던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한 차별구제 등 청구소송(사건 2020나2024708, 서울고등법원 제21민사부 재판장 홍승면) 항소심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이 패소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단차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한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했다. 더인디고 편집
장애인 당사자들이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단차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한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했다. 더인디고 편집

‘장애인 당사자, 또 과도한 부담에 지하철 단차소송 항소심에서도 패소(https://theindigo.co.kr/archives/23899 9월 2일)했는데, 황당한 것은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정당한 편의 규정은 휠체어 사용자도 장애가 없는 사람과 등등하게 승하차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와 지하철역에 연락해 담당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등 서비스의 내용과 이용 현황이 정당한 편의로 보기 어렵다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차별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의 제3항에서 규정한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차별행위로 보지 않을 수 있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급기야 ‘지하철 단차소송 이긴 서울교통공사는 피해 당사자에게 자신들의 변호사비를 청구(https://theindigo.co.kr/archives/27361 12월 23일)’ 했다. 결국, 장애인 당사자들은 법원을 통해 현재의 지하철 시설과 이용 방식이 차별적이라는 판단은 받았지만, ‘과도한 부담과 현저히 곤란한 사정’에 의해 소송에서 패해 차별구제는커녕 변호사 비용마저 물어줘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전장연이 혜화역 승장장에서 이동권 투쟁을 위해 선전전을 전개한다고 하자, 서울교통공사와 혜화역은 이를 막기 위해 6일 오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약 1시간 30분 가량 2번 출구 엘리베이터 입구를 막았다. /사진=박경석 대표 페이스북
▲전장연이 혜화역 승장장에서 이동권 투쟁을 위해 선전전을 전개한다고 하자, 서울교통공사와 혜화역은 이를 막기 위해 6일 오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약 1시간 30분 가량 2번 출구 엘리베이터 입구를 막았다. /사진=박경석 대표 페이스북

이에 고무된 서울교통공사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집회를 막고자 출근시간 혜화역 엘리베이터 운영을 정지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는 엘리베이터 외에는 수직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장애를 이용한 악의적 탄압(https://theindigo.co.kr/archives/26725 12월 6일)’이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혜화역 엘리베이터 원천 봉쇄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https://theindigo.co.kr/archives/26817 12월 9일)’ 했다. 그러자 서울교통공사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상대로 3,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단차소송의 승소와 이에 고무된 서울교통공사는 소송비용 청구로 장애인 차별 문제를 뭉개고 있다. 차별시정을 요구하는 장애인 당사자의 입에 법적 절차와 돈으로 재갈을 물리려는 서울교통공사의 악의적 행태가 장애인단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학대는 시설에서, 행위자는 사회복지사?

법원의 어이없는 판결은 또 있다. 지난 4월 자폐성 발달장애아동(당시 4살)에게 강제적으로 식사와 양치질 등을 시킨 특수교사에게 대법원은 ‘무죄’를 판결했다. 1심에서 법원은 가해 교사 A씨가 피해 아동에 정서적 학대행위를 했음을 인정, 벌금 300만원과 4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내렸기에 그 충격은 더 컸다. 1심 유죄를 무죄로 뒤집은 대법원의 판결은 ‘가해자의 고의성까지 피해자에게 입증(https://theindigo.co.kr/archives/18914 4월 15일)’하라는 것이다. 대법원 제1부(재판장 김선수 대법관)는 ‘아동학대처벌법’으로 기소된 유치원 특수교사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인천의 한 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서 20대 장애인 장모씨에게 강제로 음식물을 먹여 사망에 이른 사건이 발생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센터장과 종사자 등을 처벌해 달라는 글이 올랐다. ‘김밥·떡볶이를 강제로 먹여 20대 장애인 아들 질식사(https://theindigo.co.kr/archives/23662 8월 25일)’ 했다는 유족의 청원은 경찰의 수사로 사실로 밝혀졌다. 장애인단체는 ‘떡볶이 학대 가한 주간보호센터의 처벌을 촉구했고, 경찰은 센터와 구청을 압수수색(https://theindigo.co.kr/archives/23715 8월 27일)’해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해당 센터장과 사회복지사 2명, 사회복무요원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20대 발달장애인에게 강제로 음식을 먹여 학대치사 혐의를 받고 있는 인천 연수구립주간보호센터 사회복지사의 첫 공판에 앞서 유족과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엄벌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더인디고
▲20대 발달장애인에게 강제로 음식을 먹여 학대치사 혐의를 받고 있는 인천 연수구립주간보호센터 사회복지사의 첫 공판에 앞서 유족과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엄벌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더인디고

그러나 첫 공판에서 ‘음식학대로 장애인을 질식사 시켰다고 의심되는 20대 사회복지사는 혐의를 부인(https://theindigo.co.kr/archives/26748 12월 7일)’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4개월간 무려 일곱 차례나 강제로 음식을 먹여 상습 학대가 밝혀지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신체적 학대 대신에 정서적 학대로만 기소했고 원장과 사회복지사 1명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공개된 CCTV에 의하면 두 명의 직원이 가해했음에도 1명만 구속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이외에도 ‘성락원 물고문 학대(https://theindigo.co.kr/archives/22688 7월 29일)’ 사건은 ‘경산시의 전수조사 때에도 학대 정황(https://theindigo.co.kr/archives/23637 8월 24일)’이 드러났지만, 여전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장연과 경산 성락원대책위 등은 10일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시설 학대 피해자에 대한 인권위의 시설 전원 조치 권고를 규탄했다./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
▲전장연과 경산 성락원대책위 등은 10일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시설 학대 피해자에 대한 인권위의 시설 전원 조치 권고를 규탄했다./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

전남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전라남도 서부권 발달장애인평교육지원센터의 ‘교사가 장애인을 학대했다는 정황이 드러나자 수사를 의뢰하고 공식 사과(https://theindigo.co.kr/archives/23883 9월 1일)’ 했다. 그러자 학대 행위 의심을 받는 교사들은 “종사자 동의 없는 CCTV는 불법사찰”이라며 “센터장은 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단체교섭에 성실히 나설 것”을 촉구하며 집회와 SNS 등을 통해 “긴급분리 되어 자택에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애인을 학대해 놓고 노조의 뒤에 숨어 자신들의 권리만 주장하는 종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장애인 복지의 한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기만 하다.

지난 2월 1일,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북한 원전 지원 의혹 비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2월 1일,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북한 원전 지원 의혹 비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연초 장애에 대한 정치권의 혐오발언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는데,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사과하고 장애감수성을 강화하기로 약속(https://theindigo.co.kr/archives/16528 2월 8일)’하기도 했지만, 같은 당 ‘김은혜 대변인은 언어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장애벽허물기 등 장애인단체들에게 장애인 인권 감수성을 배우라는 비판(https://theindigo.co.kr/archives/17987 3월 22일)’을 자초하기도 했다.

분노는 투쟁을 요구하고 투쟁은 또 다시 분노를 부추긴다.

사람의 삶은 분노와 투쟁의 두 쳇바퀴를 번갈아 오가는데, 그 간격이 넓을수록 체념하고 포기한다. 그리고 그 세월이 쌓일수록 분노의 칼끝은 자신을 향하게 되지만, 그때에는 이미 지치고 물러져 피할 생각조차 못하는 허수아비가 된다.

더인디고가 한 해 동안 함께한 장애계는 혐오와 차별, 그리고 학대로 점철된 허방이었다. 그 컴컴한 허방에 함께 빠져 허우적거리면서도 더인디고가 발견한 것은 분노와 투쟁의 간격을 좁히려는 사람들은 여전했으며, 분노를 팽팽히 채우고 있는 풍경이었다. 깊은 허방 속에 갇힌 사람들의 분노가 터질 듯 채워져 터지는 그날을 위해 우리 더인디고는 무딘 펜 끝을 벼르며 쓰고 또 쓸 것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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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2021 정책진단: 플러스] ② 기대를 갖게 한 뉴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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